순백의 목련과 화사한 벚꽃이 자태를 뽐내더니 뒤질세라 어느 새 분홍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한다. 녹색 옷으로 갈아입은 수목과 밝은 햇살 아래 영롱한 꽃나무들이 저마다 봄이 왔다고 외쳐댄다. 이맘때면 항상 활기가 넘쳤던 대학 교정은 올해는 적막한 침묵의 공간이 돼 버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서 대학이 개강은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캠퍼스 풍경은 방학기간과 다를 바 없다. 학생도, 교수도, 꽃구경 온 시민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학생·시민의 안전을 위해 개강 이후에도 강의실을 폐쇄하고 비대면(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가상공간에만 존재할 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으면서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도 장기화하고 있다. 조선대도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4월 17일까지로 추가 연장했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캠퍼스가 텅 비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마냥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업에 원격 프로그램 사용을 모색하는 대학의 움직임이 ‘미래 대학’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오래된 관습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큰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큰 사건이 새로운 미래 대학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조선대의 적극적인 대처능력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대는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코로나19 대응본부’를 설치해 개강 연기 등 학사일정을 발 빠르게 조정했다. 또 대학 정보전산원과 e-learning(이러닝)팀을 중심으로 올 1학기 4000여 개에 달하는 교과목의 온라인 강의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캠퍼스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안전대책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조선대학교는 2월 초순부터 방학을 마친 중국 유학생들의 복귀에 대비해 그린빌리지 기숙사에 유학생 건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중앙도서관과 각 단과대학 등 캠퍼스 곳곳을 철저하게 방역했다.
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국제관 보건진료소 1층 주차장에 ‘코로나19 의심환자 대기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아직 캠퍼스는 청정지역이다.
이처럼 일사불란한 행정은 신임 민영돈 총장의 리더십과 대학 구성원들의 협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대는 작년 연말 민 총장이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사실 조선대는 지난 수년간 교육부 평가에서 저조한 실적과 전임 총장 해임문제를 둘러싼 대학 구성원간의 갈등으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호남 최대 사학’이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민 총장도 이를 인식해 취임 일성으로 “그동안 대학이 겪은 어려움과 갈등을 깨끗이 털어내고 미래를 개척하는 ‘100년 대학’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민영돈 총장은 재임기간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 ▲특성화와 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산학혁신 ▲학생중심의 행정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을 이뤄 세계로 비상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대는 일제로부터 해방 직후인 1946년 7만2천여 호남 시·도민의 대학 건립 열망 속에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민립대학이다. 그만큼 호남 시·도민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 속에 떨게 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새 학기가 되었지만 신입생들은 아직 친구들 얼굴도, 교수님 얼굴도 모른 채 지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조선대학교 캠퍼스에 진정한 봄날이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