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봄’을 앗아 갔다. 매년 이맘때는 창문을 활짝 열고 봄바람을 타고 오는 꽃향기를 맡았지만, 올해 봄에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문이란 문은 꼭 닫고 살아가고 있다.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봄을 맞아 소장품 기획전 ‘꽃봄오리’ 展을 3월 10일부터 4월 29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고(故) 김보현 작가 소장품 중 꽃을 소재로 한 4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미술관은 전시 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전시 중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소품연작(KIMPO-W115), 38x38cm, 목판에 아크릴, 1994
소품연작(KIMPO-W117), 38x38cm, 목판에 아크릴, 1994
소품연작(KIMPO-W130), 38x38cm, 목판에 아크릴, 1994
소품연작(KIMPO-W23), 38x38cm, 목판에 아크릴, 1994
물기 가득 머금은 붓질, 싱그러운 색감
꽃을 향한 이상 세계 “봄이 빨리 오기를”
김보현 작가(PO KIM)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 속 꽃의 의미를 “나의 인생이 별로 순조롭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고통 같은 것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환상적인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아름답고 고통이 없는 것……. 그러니까 환상세계를 그림으로써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작가의 작품 속 꽃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아름다운 세상, 고통이 사라진 이상세계를 의미한다.
김보현 미술관 김승환 관장은 “새봄을 맞아 故김보현 작가가 ‘꽃’을 통해 추구했던 작품 세계가 물질문명에서 표류하는 현대인의 고독을 보듬고, 생명 순환의 의미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사유나 잠재된 기억, 인간 순수의 본성에 대해 깨우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를 향한 순수한 예술세계
유랑의 화가 김보현
지난 2014년 미국에서 별세한 김보현 작가는 자연주의 작품과 추상회화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17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미술교육을 받았다. 김보현 작가는 1946년 조선대 교수로 부임해 지역 미술의 기틀을 닦았다. 그러나 좌익과 우익 사이를 오가며 핍박을 받았던 그는 결국 한국 미술계와 단절한 채 1957년 일리노이 대학 교환교수로 미국에 건너갔다.
고 김보현 작가는 한동안 고국과 연을 끊었으나, 평생 고국을 그리워한 이방인 화가였다.
1990년 무렵 서울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열면서 한국화단에 자연주의 작품과 추상회화로 다시 이름을 알렸다. 작품세계가 곧 한국근대현대미술사와 동의어라고 평가받는 김보현 작가는 지난 2000년 그가 평생 그려온 작품 340점을 조선대에 기증했다. 2002년엔 그의 아내 실비아 올드 여사 역시 자신의 작품 78점을 조선대에 기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대학교는 지난 2011년 조선대학교 본관 1층 중앙에 김보현&실비아 올드 미술관을 마련했다. 전시실과 수장고를 포함해 총 362.8㎡ 규모로 건립된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에는 김 작가와 올드 여사가 기증한 작품 약 400여 점을 영구보관 중이며, 다양한 기획전시와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조선대 구성원은 물론 광주시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