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승차검진 선별진료소’, 일명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DT) 선별진료소’다.
전 세계 외신들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의 현장을 목격하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93학번 김진용 동문의 창조적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현재 인천의료원에서 감염내과 과장을 맡고 있는 김진용 동문은 조선대학교 재학시절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관심을 두고 탐색해왔다. 이 점이 평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산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김진용 동문,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93학번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코로나19 방역에 큰 역할을 하신 김진용 동문을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먼저, 해외에서도 이슈가 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착안했나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정책 태스크포스(TF)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포함해 감염내과, 진단내과 분야에 있는 30~40대 젊은 전문가 8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코로나19 발병 이후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들었어요. 거창한 모임이라기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대화의 장입니다.
감염 환자를 실내가 아닌 밖에서 최소한의 접촉으로만 진단하면 추가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20일에 이재갑 교수가 대구시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카카오톡 방에서 ‘야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빠르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인플루엔자에 대비해 드라이브스루로 진단과 백신을 배포하는 모델을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21일 새벽 3시, 스탠퍼드 대학의 논문을 참고해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4시간 만에 간략한 개념도를 작성했죠.
▲ 코로나19 선별검사센터 시안
아이디어가 공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빠른 시간에 착착 진행됐네요.
제가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이재갑 교수에 의해 질병관리본부와 감염전문가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앱에 올라갔어요.
다음날 권기태 칠곡 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님이 연락 와서 몇 가지 물어보고 하루 만에 진료소가 개소됐습니다.
사안이 급한 만큼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어요.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시기에는 승차검진 진료소가 전국 곳곳에 70여 개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얻은 시너지 효과도 컸어요. 2013년 질병관리본부의 ‘공중보건 위기 대응 사업단’에
참여하면서 의료 외에 수학, 건축 관련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했는데,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졌어요.
이번에도 성민기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설계에 조언을 주는 등 타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됐습니다.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광주석산고를 거쳐 93학번으로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감염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하신 이유는요?
인천에 있는 가천대학교 길병원 전공의(레지던트) 시절에 다양한 분과들을 체험했는데, 감염내과 주치의를 할 때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감염내과 환자들은 중환자들이 많은데 완치되어 퇴원 차트에 ‘치료 종료’라고 기록하는 쾌감이 새로웠습니다.
내과의 다른 분과들은 당뇨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에 종료점이 없거든요. 학창시절 미생물학의 임용 교수님, 약리학의 유호진 교수님의 수업에 빠졌는데, 이 두 학문이 감염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이때 들었던 수업이 감염내과 의사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선생님의 대학시절이 궁금합니다.
대학생 시절 전공 외에 동아리 등 인상적인 대외활동이나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
대학교는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조선대학교는 호남 최대 규모의 민립대학교이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어서 저한테는 최적의 공부 장소였습니다. 저는 의과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며 다른 분야의 장서들을 읽고, 전공 외 교양과목을 청강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또한 의과대학 문학동아리 ‘동맥’에서도 활동했어요. 의학을 벗어나서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원동력이 당시 동아리 활동이었습니다. 학업을 하는 와중에 문학의 밤, 시화전 개최, 교지 편집까지 하며 나름 열심히 활동했죠.
대학시절 전공 외에 다양한 학문을 접해 뛰어난 창의력을 갖게 된 것 같은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익힌 소양들이 지금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교지를 아래아한글 3.0 버전으로 편집해 보면 문서작업의 달인이 될 수 있다고나 할까요?
어릴적 고향에서 가장 먼저 생긴 컴퓨터학원에 다녔고, 이후에도 컴퓨터 조립이 취미였을 정도로 IT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도안을 그리는 것도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교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대학교(university)는 우주(universe)입니다.
본인이 전공하는 과목만 열심히 해서 살아남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대학에서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는 분들이 앞으로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대학원에서 보건학을 전공해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해하고 협력해야 하겠지요.
이번 코로나19 대응의 화두인 ‘공조(Solidarity)’하는 능력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