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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탐내는 움직이는 화폭 · 미디어아트 새로운 세계 정립」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총관리자
2021-02-05
942
기획 인터뷰
전 세계가 탐내는 움직이는 화폭
“미디어아트 새로운 세계 정립”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 미술체육대학 88학번 동문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넘나들며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창작 기법
세계 최초 비정형 미디어아트 광주폴리Ⅳ ‘무등의 빛’ 호응
최근 ‘이이남 스튜디오’ 오픈
카페·전시공간·작업공간까지 미디어아트 알릴 복합문화공간 탄생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미디어아티스트를 꼽자면 이이남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미술체육대학) 88학번 동문인 이이남 작가는
고전 작품과 현대미술의 만남,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미디어 화폭’에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전시에서 ‘모시지 못해’ 안달이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들어서도 4차례나 중국 출장을 다녀오느라 수차례 자가격리를 하고 진단 검사를 받았을 정도다.
요즘 말로 누구보다 ‘핫(hot)’한 예술가, 이이남 작가를 만났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양림동에 복합 문화공간인 ‘이이남 스튜디오’를 오픈하느라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를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다.
양림동에 스튜디오를 오픈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떤 공간인지?
양림동에 창작스튜디오와 미디어아트 뮤지엄, 카페로 구성된 복합
스튜디오를 열었다.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지면서 미디어아트를 즐
길 수있는 공간이다. 창작스튜디오는 작업공간이고, 미디어아트 뮤
지엄은 작품 전시 공간이다. 외부에는 LED 미디어월을 설치해 야외
에서도 미디어아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시뿐만 아니라
세미나, 공연,문화예술 프로그램 등도 다양하게 운영해 볼 생각이다.
광주 톨게이트에 세계 최초 비정형 미디어아트 작품인 광주폴리Ⅳ
‘무등의 빛’을 제작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
광주시가 외지인들이 광주에 들어서면서 바로 ‘광주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광주 폴리’의 하나로 설치할 상징 조형물을 지난해 공모했다.
‘무등의 빛’은 김민국 ㈜나우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와 협업한
작품으로 2020년 5월경 완공됐다. 의향, 예향, 미향 등 3향(三鄕)이
빛을통해 세계 공동체로 뻗어 나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무등산
의 사계와 낮과 밤, 광주의 빛 등 ‘광주다움’을 상징하는 미디어아트를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선보였다.
작품에 몰두해야 하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공간을 개방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스튜디오를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지?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창의도시로 선정됐으나 아직까지도 일반
시민들에게 미디어아트는 생소한 장르다. 작업공간을 정비하면서
미디어아트를 대중화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전시공간을 만들어도 공간이 남았다. 함께 일하는
직원 한 명이 카페까지 해보자고 제안했다. 반신반의했으나 직원이
커피를 배우겠다고선언하면서 카페까지 차리게 됐다. 지금은 티타
임을 가지면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들을 보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 톨게이트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작품 '무등의 빛'
(사진: 광주광역시 제공)
전 세계를 누비며 많은 전시를 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굿나잇 아날로그, 굿모닝 디지털’ 전시를 광주시립미술관 상
록전시관에서 개최했다. 전시에는 백남준 작가의 계보를 잇는 비디오
아트와 마르셀 뒤샹에서 기원한 개념아트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그때 전시를 워낙 힘들게 준비해서 개막식 때 울컥했다. 준비할 때는
힘들었지만 호응을 받아서 ‘애증’의 전시로 기억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피에타’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조소과)했는
데, 이 작품이 전공을 살린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미켈란젤로
의 피에타상을 보게 됐는데 그때 스친 영감을 표현했다. 예수 그리스도
를 성모 마리아의 품에서 떼어 버린 것이다. 단순히 떼었다기보다 예수
는 성모 마리아의 품에서 한참 떨어져 하늘로 승천한다. 그 광경을 환
한 빛이 감싸고 있다.
대학시절의 이이남은 어떤 학생이었나?
모범생이었다. 학점 평점이 4점을 넘었고 미대를 수석으로 졸업을 했
다. 동선이 간단했다. 작업실-도서관-강의실-집. 같은 학번 동기 5명
과 무리지어 다니면서 선의의 경쟁을 한 것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수업도 참 좋아했다. 현대조각론의 신현중 교수님
의 수업을 특히 경청했다. 신 교수님은 당시 척박했던 지역의 현대미
술 환경을 크게 개선한 분이다. 교수님 말씀대로 메모하는 습관도 만
들었다. 대학시절에 쌓은 자산은 지금도 영감을 얻고 창작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데
과찬이다. 백 선생님의 책을 읽고 전시를 찾아다니면서 많이 배웠다.
기계를 예술로 승화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는
게 아니라 기계를 지배한 것이다. 미래의 예술을 예견하고 몸소 실천
한 백 선생님의 작품과 가치관을 존경했다. 지금의 작품세계에도 영향
을 많이 끼쳤다.
앞으로의 계획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전시들이 취소됐다. 코로나19가 예술계에도 변화
의 바람을 크게 만들 것 같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변화된 세계에서 관
객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
고 ‘이이남 스튜디오’에서 전시뿐만 아니라 세미나, 공연, 문화예술프
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운영하면서 지역의 문화자원 활성화에 기여하
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