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과 운영 문제로 인한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내부의 불협화음, 학생들의 불만 등이 터져 나왔다. 갈길 바쁜 대학의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급변하는 글로벌 감각과 학계의 동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대학 본연의 자세인 경쟁력 제고나 우수한 인재 양성에 쏟아야 할 시간과 정력을 쓸데없는 곳에 허비했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 해법의 첫 수는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총장 선출이었다.
그것이 중요한 수순이었던 만큼 순조로울 리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의과대학 민영돈 교수가 총장에 선출됐다.
58.6%의 득표율은 구성원들의 기대와 간절함이 반영된 상징이었다.
그만큼 총장의 책임과 역할이 크고 무거웠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았다.
민 총장은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학생 중심 교육혁신'에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의 방향성을 ‘학생중심 경영’으로 설정한 이유였다.
민 총장은 취임사에서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학생 중심 교육혁신'과 '자율에 기반한 특성화와 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산학혁신', '학생 중심의 행정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을 약속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새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담금질을 멈추지 않았다.
"승리한 장수의 말은 명언이 되지만, 패장의 말은 변명이 된다"는 붉은 경고가 언제나 민 총장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긴 세월 동안 진흙밭을 걸어온 대학이었기에 갈고 닦고, 쓸어야 할 일도 많았다.
앞에는 인구 감소로 입학생 절대부족이라는 숙명이 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 국내 유수의 대학들은 생존본능처럼 초일류를 지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던 악마가 2년 내내 개혁의 허리춤을 붙잡고 있었다.
민영돈 총장은 이런 역경을 뚫고 지난 2년간 대학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임기 절반을 맞아 중간평가 점수를 준다면 훌륭한 합격점이다. 근래 들어 나타난 구체적 성과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먼저 ‘대학 혁신지원 사업’과 ‘제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등 대학의 사활이 걸린 굵직한 과제와 평가 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혁신지원 사업 평가에서는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지난 2년 동안 총 1,250억여 원이라는 사업비를 따낸 조선대는 지난 9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대학 브랜드 평판에서 전국 20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확고한 신념과 냉철한 판단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민 총장은 임기 후반인 올해부터는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인 조선대의 100년 후 청사진을 구체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무한경쟁 시대,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시대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사회적 열망을 대학이 리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 총장은 “조선대학이 지난 세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버렸다”는 세간의 지적들을 빈말로 듣지 않았다.
늦은 만큼 수 십배로 더 뛰어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는 각성제로 삼았다.
이제 격랑의 물결로 일렁이는 2022년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선대학에게 새해는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거센 대양을 향해 돛을 올려야 할 운명의 시간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세월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천하의 명장이어도 혼자 힘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충무공 이순신에게도 죽음을 마다않는 장수들과 백성들이 있었기에 연전연승이 가능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했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군왕도 백성이 흔들면 엎어지는 배와 같다는 말이다.
‘조선대학이 호남 제일의 명문사학을 넘어 한국 제일의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염원에 반기를 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조선대학이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대동단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떤 명장이 출현해도 아래서부터 흔들기에는 당할 재간이 없는 법이다.
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조선대의 학내 문제와 광주 사회를 온몸으로 체감해온 출입기자이자 시민으로서, 애증을 가슴에 안은 동문 아닌 동문이 돼버렸다.
그래서 모든 구성원에게 감히 주문하고자 한다.
“함께 힘을 모아 저 높은 곳으로 함께 가자. 그곳에 변화와 혁신의 열매가 있으리니...”
그리고 후반기 임기 2년을 남긴 민 총장에게도 주문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 경전인 ‘숫타나파타경’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구절처럼 흔들리지 않고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