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길고 길었던 터널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바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터널이다.
코로나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기사가 쏟아질 때만 해도 우리의 일이 아니겠거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착각임을 몇 달 뒤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하루 수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방역 정책으로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별로 시행하면서 도심은 그야말로 마비가 됐다. 이러한 생활도 ‘금방 끝나겠거니’ 하며 지냈던 게 1년, 2년, 3년차를 맞았다.
마스크는 일상이 됐고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어색할 정도가 돼 있었다. 결국 세계 각국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지 못하고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코로나와 공존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코시국으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 세대 중 하나는 젊은층일 것이다. 혈기 왕성한 20대 남녀가 캠퍼스의 낭만은커녕 수업마저 집에서 컴퓨터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불운의 학번’이라고 불린 20·21학번 학생들은 코로나 시작부터 직격탄을 맞아 MT, 동아리 활동, 축제 등 모든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불운의 학번’으로 불리는 이유다.
서론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정부는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실상 해제했다.
거리두기 해제 초반에는 사람들은 우물쭈물 ‘이래도 되나’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광주에서는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게 바로 조선대 장미공원이다. 조선대 장미공원은 지난 2001년 조성된 후 광주·전남 지역에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코시국 전에는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이면 이곳은 대학생과 지역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처럼 지역민에게 인기를 끌었던 장미공원이 3년만에 다시 열자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이곳을 찾았다.
조선대는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장미주간을 운영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주말이었던 21일 본 기자도 이곳을 딸들을 데리고 가족들과 방문했다.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들까지 형형색색의 장미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당시 이른 더위로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였지만 사람들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자 이곳에는 소시지, 솜사탕, 음료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자리를 펴고 손님 모시기에 여념이 없었기도 했다. 또 서로 손을 잡은 채 산책을 하는 대학생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종류의 장미가 신기한 듯 장미의 이름을 확인하기도 했고, 꽃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뒤 서로에게 어울리는 장미꽃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모처럼 대학 캠퍼스에 생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실제 이 기간 동안 장미공원에는 2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실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장미꽃 향기를 느끼기 위해 조선대를 찾은 것이다.
장미공원에 만개한 장미들은 그동안 코로나, 격리, 백신, 마스크, 거리두기 등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했던 것을 잊기에 충분했고 사람들의 마음과 피로도를 치유해줬다. 첫 문장에 말했듯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
광주의 명물이 된 조선대 장미공원에 활짝 핀 장미처럼 조선대 학생들에게도 장밋빛 미래와 함께 웃음꽃이 활짝 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