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전정호 작가는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7일까지 베를린 마인블라우 프로젝트라움에서 <이상호·전정호 작가 2인전-저항으로서 민중미술(MINJUNG ART RESISTANCE), 2024. 6. 14 ~ 7. 7> 전시회를 개최했다.
두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82학번으로 동문수학한 사이다. 목포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같은 화실에 다니며 공부했고, 대학에 와서도 한 몸처럼 민중미술을 하며 시대를 함께 헤쳐왔다.
그 당시 거리에서 독재에 저항하며 그렸던 수많은 현수막과 걸개그림들은 대부분 빼앗기고 현장에서 사라졌지만, 그림으로 민중 곁에서 함께했던 기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다정한 친구다.
Q. 이번에 진행한 독일 베를린 전시회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이상호: 서울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초대를 받아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독일에서 온 유재현 기획자가 제 그림을 보고 독일 전시를 제안했어요. 그래서 민중미술운동을 함께한 전정호 작가와 2인전을 하게 됐습니다.
전정호: 처음 독일 전시 제안이 왔을 때 통일의 상징적인 도시인 베를린에서 하자고 의견이 모였어요.
Q. 독일에서의 전시회 반응은 어땠나요?
전정호: 교민들이 환영을 많이 해주셨는데 특히 파독 광부, 간호사로 와서 정착한 분들의 환영이 고마웠습니다. 또 독일의 한국학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전시회에 와서 그림을 통해 한국을 연구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Q. 대학 시절 두 작가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민중미술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정호: 당시는 자연주의 계열의 미술이 주류일 때였는데 학내 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정치 참여 미술운동을 한다고 하자 교수님이 실망을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뒤에서는 많이 이해해 주시고 예뻐해 주셨어요. 그때는 뭔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희망이 큰 원천인 것 같아요.
Q. 1987년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라는 걸개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1호 미술인이 됐습니다.
이상호: 당시 몇 개의 걸개그림으로 전국 순회전을 할 때였는데 정권에서 이 그림을 반정부적이라고 판단하여 제주도에서 전시할 때 탈취하고 둘이 연행됐습니다. 이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와 고문을 심하게 당했습니다.
전정호: 1987년 이후에는 주로 광주 오월 진실규명과 군부독재 반대가 많았는데 통일이라는 문제를 처음 제기하여 정권에서도 깜짝 놀랐던 거죠. 이 사건 이후로 통일에 관심이 많아 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상징적인 거죠.
이상호: 당시 9시 뉴스와 신문에도 많이 나왔어요. 지식인 중심으로 구명운동도 많이 하고, 대학생의 예술 활동까지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맨다는 시민의 분노도 많았어요.
Q. 민중미술분야가 요즘 세대에는 생소한 분야인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정호: 민중미술은 사실 조선시대 그림에도 많이 나와요.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를 보면 민중들의 모습이나 지배계급의 위선을 꼬집는 그림이 많습니다. 또한 사회가 불안할 때 예술이 가장 먼저 반응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술이 정치적 문제를 담으면 안 된다는 오해를 갖고 있지만, 저는 사회와 예술은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민중미술에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그 시대의 모순에 저항하며 또 현실에 눈감지 않고 미술을 변화의 도구로써 참여한 것이 민중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의 걸개그림은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 수단이자 문화였습니다.
Q. 조선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기억나는 일이 있으신지요?
전정호: 당시 학내외로 민주화 요구가 거셌지만, 학내에서 현수막이나 그림을 그릴 수 없어 몰래 남구 월산동에 작업실을 얻었습니다. 작업실 주변에는 유흥가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많이 살았어요. 그들은 어려운 형편으로 공부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대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데모하니까 의아하게 생각하고 못마땅해했어요. 어느 날 작업실에 경찰이 들이닥쳤는데 아가씨들이 판화 원판을 몰래 빼돌렸다가 나중에 다시 돌려줬어요. 덕분에 그 판화 원판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어요.
Q. 요즘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지요?
이상호: 저는 역사화를 하고 싶어요.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일제강점기, 4·19, 5·18, 6월항쟁까지의 역사를 붓을 들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역사를 예술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하고 싶어요. 그렇게 역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전정호: 저는 최근에 기후를 비롯한 환경문제, 전쟁과 평화, 생명존중 등을 주제로 한 미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조선대학교와 동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취업 문제로 다들 힘들지만, 대학생들이 사회에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희망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선대 민주화 운동사 아카이브가 아직 안 됐는데 자료들이 분실되고 더 늦기 전에 기록화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