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한방울로 치매 발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진단법이 조선대학교 치매국책연구단(활동기간: 2014년 7월 1일 ~ 19년 6월 30일까지)에 의해 개발돼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단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다인종에서 아포이 프로모터 유전변이가 아포이4 유전형에 의한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APOE Promoter Polymorphism-219T/G is an Effect Modifier of the Influence of APOE4 on Alzheimer’s Disease Risk in a Multiracial Sample)’을 주제로 한 학술논문을 의학 분야 국제 저명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IF 5.69)에 발표했다.
연구단은 지난 1월 알츠하이머 치매 유발인자로 알려진 아포이(APOE) e4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의 치매 발병률을 2.5배 이상 높이는 새로운 유전자변이를 밝혀냈다.
연구단에 따르면 APOE 유전자변이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일선 병원의 치매위험도 검사에 활용되고 있지만, 그간 실제 발병 위험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해 치매 발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단은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의 60% 이상이 이번에 밝혀낸 유전변이를 갖고 있어 동아시아인이 아포이 유전변이에 의한 치매 발병위험도가 서양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단은 한국인 1만 8,000여 명, 일본인 2,000여 명, 미국인 2만 2,000여 명의 유전체와 MRI 뇌영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발견된 APOE 유전자변이에 의한 치매에 걸릴 위험도를 ‘정확한 확률’로 제시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한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연구단에 따르면 이 진단법은 먼저 면봉 등으로 입속을 살짝 긁어내거나 침을 뱉은 것을 DNA 검사를 통해 APOE 유전자의 특정 부위의 염기서열을 분석한다. 이후 ‘당신의 치매 위험도는 45%’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치매 위험도를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95%의 정확도로 치매 발병률을 알 수 있다.
연구단은 이 같은 진단법과 관련된 특허등록을 마쳤으며, 8월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논문이 실리며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게 됐다.
연구단의 연구 성과는 노령사회로 본격 진입 중인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치매 발병 예측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세계 의학계에서도 연구단의 성과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호 교수(전 치매국책연구단장)는 “그동안의 연구성과에 더해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찾아내 그 변형 여부로 위험도를 판별하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며 “MRI검사와 PET(양전자단층촬영)검사 등 보다 더 정확한 치매 예측이 가능해지며 전체적인 치매 발병률을 낮추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