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부터 14일까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제30회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로 경기를 마치며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켰다.
특히, 이번 U대회에서는 조선대학교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인 황예빈(19·여) 선수가 태권도 품새 종목에서 2관왕에 오르는 뛰어난 성적을 거둬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황예빈 선수는 7월 9일(한국시간) 나폴리 U대회 태권도 품새 종목에서 윤지혜(한국체대), 정승연(용인대) 선수와 함께 단체전 결선에 나서 평균 7.240점으로 대만(6.93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오창현(용인대) 선수와 짝을 맞춰 남녀혼성 페어전에도 참가해 첫 번째 품새 십진에서는 7.480점, 자유 품새에서는 7.800점으로 평균 7.630점을 기록, 역시 대만을 꺾고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태권도 품새 종목에서 황예빈 선수와 함께 강완진, 오창현 선수도 2관왕에 올랐다.
황예빈 선수는 대구 출신이다. 6세에 태권도에 입문해 대구와 구미를 오가며 선수로 성장해 왔다. 호남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전국 태권도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조선대 태권도학과의 명성을 듣고 광주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황 선수가 나폴리 U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지난 19일 황 선수의 고향인 대구 달서구는 황 선수를 초청해 국위를 선양한 공로를 인정해 표창장을 전달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조선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큰 국제대회의 대표로 뽑힌 황예빈 선수. 인내와 꾸준한 노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황예빈 선수를 만났다. 갓 스무 살이 된 소녀의 얼굴은 앳되고 순수했지만, 태권도인다운 당찬 기세도 엿볼 수 있었다.
황 선수는, 탄탄대로만 걸어왔을 것 같은 태권도 인생이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Q. 먼저 큰 국제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 사실 아직까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였는데 정말 달성될 줄은 몰았다. 한편으로는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이 다행이고 기쁘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동력이 생긴 것 같다.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정진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지난 나폴리 U대회에서 본인의 기량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는지, 고난이 있지는 않았나?
-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대회를 치르기 한달 전부터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용인대학교 무도대학 태권도 훈련장에 모였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선수들과 한 달 만에 완벽한 팀을 이룬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다. 다행히 같이 출전한 선배 선수들이 막내인 저를 많이 챙겨주었고 호흡도 잘 맞았다.
경기 중에는 윤지혜 선수가 개인전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저를 포함해 모두들 긴장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집중했다.
Q. 개인적으로 징크스 같은 것은 있나?
- 징크스라기보다는 경기 환경에 영향을 받는 편이다. 예를 들면 발차기를 할 때 체육관 조명이 너무 밝지 않은게 좋고, 경기 진행도 대기 시간이 길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컨디션은 떨어지고 긴장감은 올라가 전체적으로 제 자신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나폴리 U대회에서도 체육관 환경도 좋고 경기 진행도 잘 되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Q. 이번 대회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 사실 이번 U대회의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을 뛰어넘고 메달까지 획득했으니 기대 이상을 달성해 아쉬운 점은 없다. 함께 경기를 치른 선배 선수들과도 분위기가 좋았다. 오빠들은 분위기 메이커였고, 언니들은 따뜻한 조언자가 돼 주었다. 다만 대회가 끝나고 바로 입국해야 해서 나폴리 시내를 투어할 시간이 없었다. 언니, 오빠들과 나폴리에서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Q. 국가대표 선발전 이야기가 나왔으니 국가대표 선발전은 어떻게 치렀는지 궁금하다. 국가대표로 뽑힌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
-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무 살 이전에도 시도를 했지만 몇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반면 제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 대표도 했고 저는 그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자신감도 점점 떨어져서 부모님이 힘들면 운동을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한번 더 힘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동안의 국가대표 선발전은 대회입상 실적이 있어야 참가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에 열린 ‘2019년 유니버시아드 평가전’에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끔 규정이 바뀌었다.
자격 조건이 없어지자 조선대 박관영 코치님이 경험 삼아 모든 조선대 품새 학생들을 선발전에 출전하게 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선발될 것이라고 기대를 안 했지만 2등까지 올라 국가대표가 됐다. 개인적으로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Q. ‘자신만의 훈련방식’이 있는지, 또 휴식을 취할 때는 자신을 충전하는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 나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다기보다는 정해진 훈련시간을 마치고 개인적인 훈련시간을 꼭 갖는 편이다. 품새를 하며 주변에 있는 선후배한테 심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해달라고 한다. 선후배들이 준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자세를 고쳐갔다. 이와 함께 기초체력을 길러 줄 근육운동도 병행했다. 개인운동 시간만 3시간이 되는 것 같다. 쉴 때는 주로 잠을 자는 편이다.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숙면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아니면 친구들과 만나 쇼핑이나 영화를 보는 등 평범한 대학생 생활을 즐기고 있다.
Q. 대구가 고향인데 광주에서 지내고 있다. 자취 생활은 어떤가?
-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구에 집이 있었지만 구미로 태권도장을 다니게 되면서 전학을 갔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자취를 하고 있다. 지금은 태권도를 같이 하는 친구와 자취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자취를 해서 그런지 자취생활은 익숙하다. 하지만 아직 광주 지리를 잘 몰라 여기저기 다녀보질 못했다.
Q. 부모님은 예빈 선수의 운동생활을 많이 지원해 주시나?
- 운동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으시지만 제가 가는 길을 존중해주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사실 이번 U대회 중계 방송시간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많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였다. 부모님은 경기결과가 다 결정되고 나서야 인터넷으로 제 경기 장면을 보셨다고 한다. 부모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
Q. 존경하는 선수는?
- 지난 2017년 U대회 때 출전한 곽예원의 경기 영상을 보고 연습도 하고 많이 배웠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윤지혜 선수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 염원하던 국가대표에 선발돼 성과를 거두게 된 것만으로도 전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한 것이 됐다. 이제 다가오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