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사전적 의미의 양성평등에 충실할 수 있다면

조대신문

2022-01-27

8

사전적 의미의 양성평등에 충실할 수 있다면

 

지난달 15일 한 빌라에서 3층에 거주하는 부부와 자녀가 흉기에 급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층에 사는 이웃이 층간소음 등의 이유로 아래층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여경이 그에 대처하지 않고 남성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1층으로 황급히 이동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 바 있다.

이 글을 작성하며 ‘여경 무용론, 언론이 공범이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한편에서 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도망친 여경…’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오는데, 그 누가 이 이슈에 관심 없을 수 있겠나. 도망에 ‘성별’이 결정적이었을까. 그보다는 순경이라는 점이 더 큰 원인이었다. 여자니까 도망쳤다고 말하며 조롱하는 것은 또 다른 여성혐오에 불과하다. 오히려 왜 순경이 꼭 여성이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어떨까?

제도적 차별 때문에 고용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소수자를 위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우대 정책을 펼쳐 온 것은 인권 선진국들의 공통된 역사다. 경찰의 임무 중에도 여성이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율’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질’도 중요하게 간주돼야 할 것이다.

여경이 무릎을 땅에 붙이고 팔굽혀펴기 등의 체력 검증을 한다는 사실은 SNS에 널리 퍼져 누군가의 염려를, 다른 누군가의 조롱을 사고 있다. 다 남성만 뽑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 중에서도 체력이 뛰어나고 직업적 소명 의식이 투철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양성평등이란 무엇일까.

직업 특성에 상관없이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직책을 맡는 것? 사전적 의미는 뉘앙스가 다르다. ‘남녀의 성에 의한 법률적·사회적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전적 의미의 양성평등이 지켜지고 있는가.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가 도입한 ‘양성평등가산점’ 제도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작가가 여성인 경우 2점, 시나리오 속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 3점의 양성평등가산점이 주어진다고 한다. 지난 공모전에서는 상 15개 가운데 11개가 여성에게 주어진 것이 모두 이 가산점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로 여성 지원자의 역량이 더 뛰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기계적인 가산점 제도가 오히려 이 결과를 비판하고 여성 창작자들의 역량을 평가절하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양성평등의 사전적 의미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여성혐오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등의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김성우 편집국장

seongwoo55921@chosu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