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획] 아카데미 시상식 올해도 잇따른 논란

조대신문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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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올해도 잇따른 논란 


▲엠마 스톤의 인종 차별 논란이 제기된 아카데미 시상식 모습 (출처=아카데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키 호이 콴에게 트로피를 전달받고 바로 인사하는 모습 (출처=ABC뉴스 유튜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 의 영화제이자 권위 있는 영화 시 상식이다. 그러나 지난달 11일(한 국 시각)에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시상 부분에서 나란히 ‘아시안 패싱’ 논란이 일어났다.


 ‘아시안 패싱’ 일어난 경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 하이머>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지난해 남우조연상 수상자인 키 호이 콴 의 악수 요청을 무시했다. 이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로 두 번째 오스카를 가져가게 된 엠마 스톤이 지난해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양자경이 건네는 트로피를 그 옆에 선 제니퍼 로렌스 쪽으로 끌고 가 마치 그에게서 트로피를 받는 듯한 상황을 연출 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 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전 년도 수상자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동양계 배우인 키 호이 콴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 었다. 

이들을 지지하는 몇몇 팬들은 “상을 받는 자리이니 긴장해서 그런 거다”, “엠마 스톤과 제니퍼 로렌스가 절친한 사이라서 더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시상식이 끝나고 난 뒤 서로 인사도 나누고 포토월에서 다정히 사진도 찍었으니 된 거 아니냐?” 등 여러 이유를 대며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 누가 올라와 있든지 지난해 수상자가 시상자가 돼 이번 해 수상자를 발표하고 그에게 트로피를 넘겨주는 것은 아카데미의 오랜 관습이다. 지난해 수상자는 자신의 뒤를 이어 상을 받게 된 수상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이번 해의 수상자는 자신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지난해 수상자에게 존경을 표하며 상호 예의를 갖추는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작년도 수상자와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두 배우의 행동은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아카데미 측에서 갑작스레 시상 방식을 변경한 것마저도 지난해 시상식에서 아시안 수상자 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키 호이 콴은 베트남 출신 이며,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출신인 만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 스톤의 행동이 ‘인종차별’, ‘아시안 패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잇따른 아카데미 시상식의 각종 논란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많은 영화인이 모이기에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한 시상식인 만큼 열리기만 하면 언제나 다양한 이슈들을 남기는 듯하다.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시 호스트였던 엘렌드제너러스 가 생방송 도중 피자를 주문해 배우들과 나눠 먹은 것도 아카데미 시상식 이슈 중 하나이며 2017년 시상자였던 워렌 비티에게 여우주연상 수상자 봉투가 잘못 전달돼 최우수 작품상에 <문라이트> 대신 <라라랜드>가 잘못 호명됐던 사건 도 크게 이슈가 됐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 패싱 논란 에 이어 가장 이슈였던 사건은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미국의 코미디언 크리스 락에게 다가가 뺨을 때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된 일이다. 그 상황을 생중계로 본 시청자들이나 배우들은 당황하여 상황극인 줄 알았을 만큼 그때 당시 엄청나게 화제를 모았다. 

윌 스미스가 폭행을 저지른 이유는 크리스 락이 윌 스미스의 부인인 제이다 핑켓 스미스가 앓고 있는 탈모를 본인의 개그 소재 삼아 농담을 건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과 시청자의 반응은 공식 석상에서 폭행을 저지른 윌 스미스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 에 대한 징계로 윌 스미스는 10년 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게 됐으며 스스로 아카데미 회원 탈퇴를 결정했다. 

이렇게 시끌벅적하고 다양한 사 건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 은 얼핏 경황없는 와중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인듯 하지만 사실 아시아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 지고 있다. 


‘마이크로 어그레션’

이번 사건을 아시안 패싱과 더 불어 마이크로 어그레션으로 해석 하는 이들도 있다. ‘마이크로 어그레션’은 아주 작다는 뜻의 ‘micro’ 와 공격이라는 뜻의 ‘aggression’ 의 합성어로, 일상에서 미묘한 말 이나 행동으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흑인이나 동양인이 버스 옆자리에 앉을 경우 자리를 옮겨 피한다거나, 식당에 빈자리가 많은데도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구석 자리로 안내하는 등의 행동 이 이에 속한다. 당한 사람이 적극 적으로 항의하기도 애매하고 항의 하더라도 피해의식이라거나 유난 스럽다며 역으로 공격당하기도 한 다. 

이러한 공식 석상에서도 아시아 계 배우들에 대한 미묘한 차별 행 동과 더불어 아무리 무의식이라고 한들 보는 사람이나 영상에서 티 가 나는 모습들은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들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번 이슈를 통해 양자경은 시 상식이 끝난 뒤 인스타그램에 “당신(엠마 스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당신의 절친 제니퍼와 함께 오스카를 당신에게 넘겨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양자경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남긴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사건의 정확한 전말은 알 수 없지만 양자경 배우의 입장이야말로 마이크로 어그레션의 상황에 놓였다는 네티즌들과 언론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논란에 배우들만 휩싸인 것은 아니다. 시각효과상을 받은 일본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 제작진이 지난해 떠나간 동료를 추모하던 중 수상 소감이 길다며 아카데미 측에서 음악을 틀어 이번 아시안 패싱을 비롯해 함께 지탄받았다. 

먼 이국땅에서 자신들의 문화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모든 영화인들은 대단하다. 하지만 여전히 아카데미 가 비(非)백인 영화인들에게는 그다지 열려 있지 않고, 이러한 논란들이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슈를 계기로 언제쯤 우리는 영화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인종과 문화를 넘어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과연 그런 날이 올 수는 있을지 다시 한번 묻는다.

조수민 수습기자

josumin04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