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혐오의 시대는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다
조대신문
2025-10-15
14
혐오의 시대는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명동과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대림동 주변에서 ‘혐중’ 시위가 폭증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일부 극우 세력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시작해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서 더욱 과열된 모습이다. 최근 미성년자 유인 미수 사건과 중국을 엮어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납치해 장기매매를 한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관광 업계에서는 이러한 혐오 정서가 퍼지면서 관광 활성화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 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괴담과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인종차별적 집회 역시 계속되고 있다”며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경고에도 혐중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10 여년 전 일본에서 일어난 ‘혐한 시위’를 겪었음에도 또다시 혐오를 이어가고 있다.
SNS와 미디어에서는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의 확산을 겉잡기 어려워졌고,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만을 위주로 보여주며 진실을 왜곡시킨다. 미디어에서는 ‘속보 경쟁’으로 사실확인 없는 자극성 보도가 넘쳐나고, 특정한 사실에 의견을 덧붙여 재생산된 거짓 정보가 다시 일부 매체를 통해 다시 전파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노출되는 정보들이 곧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확증편향을 경계하고 알고리즘을 거슬러 가야 한다. 쉽게 전파되는 혐오 정서를 경계하고 쏟아지는 정보와 알고리즘 사이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내가 아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특히 자신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다양한 레거시 미디어를 접할 필요가 있다.
‘혐오의 시대’라는 말을 위안 삼아 많은 이들은 거침없이 혐오 정서를 표현한다. 혐오의 시대는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혐오의 시대를 만들어 냈다. 표현의 자유라며 혐오가 일상이 된 모습은 모두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혐오 정서가 한국 사회에서 주류화되고 있다” 라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표현이 난무하며 집단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옳고 그른 것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는 단순하고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은 절대 둘로 나뉠 수 없고, 모든 현상을 두 가지 상황으로만 판단할 수도 없다. 진실은 불편하고 거짓은 쉽다는 이유로, 비판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혐오를 멈춰 “혐오의 시대니까 당연한 일”이라는 얕은 핑계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박 지 인 편집국장
parkjiin3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