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기획]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가는 길

조대신문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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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가는 길


(출처: FIFA)


2025년 6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에서 6승 4무, 승점 22점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출정식을 가졌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손흥민 선수가 없는 경기에서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2024년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FIFA 랭킹 87위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는 충격을 또다시 겪었다. K리그1의 2024시즌 평균 관중은 1만 789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026년 6월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1년여 앞둔 지금, 한국 축구는 과연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한국축구의 현실 

2025년은 K리그에게 의미 있는 한 해였다. K리그1과 K리그2를 합친 유료 관중은 3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는 전년도보다 48 경기 단축된 416경기 만에 이룬 쾌거였다. K리그 전체 입장 수입은 425억 5,660만원으로 2013시즌 공식 집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이는 2023시즌보다 23.5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K리그1의 경기당 평균 관중 1만 789명은 여전히 4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일본 J리그에 크게 뒤처진다. RN단별 입장 수입도 서울이 7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 46억 원, 전북 39억 원이 뒤를 이었지만, 하위권 구단들은 10억원대에 그쳤다.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 이다. 

중계권료는 더욱 암담한데, K리그 전체 중계권 수입은 연간 170억 원 수준으로 프로야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말 저녁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수십만 명이 시청하지만, 그에 비해 K리그는 외면받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하락세다. 한때 아시아 클럽 대항전을 석권하던 K리그 구단들은 최근 4년간 단 한 팀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2020년 전북 현대의 준우승 이후 한국 구단의 AFC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추락했다. 리그 운영의 문제도 지나칠 수 없는데, 스플릿 시스템과 승강 플레이오프 방식은 매년 조금씩 바뀌며 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장기적인 팬덤 형성을 가로막는다. 상위 3~4개 팀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의 경쟁력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부족한 투자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K리그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금으로 겨우 운영되는 실정이다. 자생력을 갖춘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다. 관중이 적어 스폰서가 떠나고, 수익이 줄어드니 선수 육성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유소년 시스템, 엘리트 체육의 한계

한국 축구는 보통 청소년 단계에서 시작 된다. 전국의 유소년 축구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 병행이 어렵지만, 많은 학교 축구팀에서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훈련에 몰두한다. 운동을 그만두면 학업 공백이 생겨 다시 진로 를 찾기 어렵다. 부모들이 자녀를 축구선수로 키우는 것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엘리트 체육 중심의 구조도 문제다. 학교 운동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축구를 계속하기 어렵다. 사실상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연결고리가 없다. 유럽과 같이 클럽 중심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해 재능 있는 선수들도 학교팀에 들어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지도자의 질도 문제가 되는데, 많은 학교 축구팀 감독은 여전히 구시대적 훈련 방식을 고수한다. 체벌과 폭언이 만연하며 과학적 훈련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수들의 개성과 창의성은 무시된 채 획일적인 훈련만 반복된다. 한국 U-20 대표팀은 2019년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이후 세대는 그 기록을 잇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대회에서 4강에 올랐지만, 전반적인 청소년 대표팀의 경쟁력은 일본에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손흥민 없는 축구 대표팀

2025년 6월,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6승 4무 무패로 마치며 본선으로 향하는 티켓을 확보했다.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서 4-0 완승을 하며 조 1위 를 확정 지었다. 표면적으로는 순조로운 행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다. 손흥민 선수는 현재 137경기 53골로 대표 팀 역대 통산 출전 1위, 통산 득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11월 쿠웨이트전에서 국가대표 50번째 골을 기록하며 차범근 선수의 58골 기록에 8골 차로 근접했다. 문제는 한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이 의존된다는 점이다.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최근 경기에서 한국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2024년 11월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민재 선수의 백패스 실책으로 실점한 후 손흥민 선수의 동점 골로 겨우 비겼다. 한 선수의 유무가 팀 전체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기형적 구조다. 문제는 손흥민 선수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1992년생인 그는 2025년 현재 33 세로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 2026년 월드컵 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그를 대체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는 게 더 큰 문제다. 2024년 2월 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국은 요르단에 0-2로 완패했다. 한국은 슈팅 수에서 7대 17로 밀렸고, 유효 슈팅은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FIFA 랭킹 23위 한국이 87위 요르단에 참패한 충격은 한국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시아에서 조차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구조적 문제, 축구협회의 거버넌스

앞서 나열한 문제점뿐만 아니라 한국 축 구의 근본적 문제는 거버넌스에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랫동안 비리와 무능의 온상이었다. 역대 회장들은 축구 발전보다는 개인의 권력과 이익을 우선시했다.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 구조는 축구계 전반에 불신을 만들었다. 예산 집행도 불투명하다. 매년 수백억 원 의 예산이 축구협회를 거쳐 가지만, 정작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국가 대표팀 운영비와 각종 대회 개최비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지출되지만, 그에 상응 하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성보다는 인맥과 로비가 작용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감독 중 상당수는 계약 해지 과정에서 막대한 위약금을 받아 갔다. 이는 고스란히 축구협회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프로와 아마추어, K리그와 축구협회 사이 의 갈등도 심각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조율과 협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각자도생의 논리만 팽배한다. 한국 축구 전체를 아우르는 거버넌스가 부재한 결과다.


-2026 월드컵, 새로운 시작인가 마지막 기회인가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참가국이 32 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고, 아시아축구 연맹에 할당된 본선 진출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난다. 한국이 11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지만, 진출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이제 23년 전 이야기다. 그 영광 이후 한국 축구는 정체되어 있다. K리그는 여전히 관중을 채우지 못하고, 유소년 시스템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며, 국가대표팀은 한 명의 스타 선수에 의존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무능하고, 투자는 부족하며,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절망만 할 수는 없다. 일본은 1990년대 한국보다 뒤처진 축구 후진국이었지만, 체계적인 투자와 장기 플랜으로 지금은 아시아 최강이 됐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위기를 겪었지만, 유소년 시스템 개혁으로 2014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변화는 가능하다.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K리그의 체질 개선,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전면 재편, 축구협회의 투명한 거버넌스,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이다.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2002년의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20년간의 체계적인 투자와 준비가 있었다. 지금 다시 그런 투자와 준비를 시작한다면, 2040년쯤에는 또 다른 신화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수민 기자

josumin04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