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상력으로 역사의 여백을 채우다
조대신문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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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역사의 여백을 채우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출처: 쇼박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역사는 승리자, 기득권층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교과서나 역사서에서는 왕조의 교체, 권력의 이동 그리고 승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런 기득권 중심의 흐름은 역사를 쉽게 이해하기가 편하지만, 동시에 속에 가려진 다양한 삶의 모습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는 이러한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낯선 질문 을 던진다.
영화는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세조의 권력 욕심과 이로 인한 단종의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그친다. 하지만 영화에서 카메라는 ‘엄흥도’라는 인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엄흥도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충신으로만 기록돼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를 충신을 넘어 유배해 온 단종을 진심으로 대한 인물로서 표현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류적 역사가 흐리게 만든 공백을 상상력으로 메웠다는 것이다. 단종이 영월 청령포에 유배를 가고, 죽은 이후에 엄흥도가 ‘그의 시신을 거둬 수습하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수습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유배 기간 마을에서의 단종과 엄흥도를 비롯한 주민 간의 유대 관계 형성, 슬픔과 웃음의 과정을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장항준 감독은 웹매거진 한국 영화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역사의 본질은 기득권의 서사가 아닌 뒤편에 있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역사를 거대한 흐름으로 바라보기보다, 기록되지 못하고 중심 밖에 있었던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에 들여다보는 과정이 역사의 진정한 본질임을 시사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관객들에게 거대한 역사의 뒤편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특히 폐위된 왕의 권위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유배지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한 모습은, 우리들로 하여금 역사의 새로운 부분을 생각해 보게 한다.
흔히 역사를 강물로 비유하지만, 결국 강물을 이루는 것은 작고 많은 물방울이다. 거대한 이야기만 따라간다면 사소하지만 중요한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엄청난 열풍으로 관객 수가 1천500만 명을 넘은 현재, 관심이 커진 만큼 이 영화를 통해서 교과서 밖의 역사의 모습 또한 상상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진유철 수습기자
wlsdbcjfg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