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 기획] 사라져 가는 학생자치 속에서, 대학 민주주의는 ‘풍전등화’
조대신문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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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학생자치 속에서, 대학 민주주의는 ‘풍전등화’

▲자연과학공공보건안전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

(출처: 한국경제신문)
지난달 13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주요 대학 18곳을 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국외대 ▲동국대 ▲숙명여대 ▲한양대 ▲국민대 무려 8곳에서 총학생회장이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SKY’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세대는 입후보자 부재와 당선 무효 사태가 겹치며 보궐선거가 무산됐고, 서울대와 고려대 역시 후보 부재 및 자격 박탈로 인해 가을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이하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먼 얘기가 아니다. 우리 대학 역시 학생회 선거 때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개표 기준인 50%를 채울 때까지 선거 기간이 무기한 연장되는 풍경도 심심찮게 보였다.
‘비상’이 실상이 된 캠퍼스, 식어가는 학생 자치의 열기
문제는 비대위 체제의 구조적 한계다. 비대위는 보궐선거 전까지만 운영되는 한시적 조직이라는 특성상 장기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며 당면한 과제에 대응하는 운영에 집중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는 총학생회의 존재감을 ‘축제 기획’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각 대학 총학생회 간의 연예인 섭외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정작 학생들의 권익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뒷전이었다. 이는 다시 학생회비 납부율 저하와 학생 자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대학, ‘학생 자치 공백’의 현장
우리 대학의 상황은 더 구체적이다. 자연과학공공안전보건대학(이하 자보안)은 이번 달 출범식에서 정식 학생회가 아닌 비대위 체제로 출범했다. 강선황(경찰행정·21) 자보안 비대위원장은 “25학년도 당시 입후보자가 있어 등록을 신청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적격 판단으로 최종 후보자가 없게 되며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고 경위를 밝혔다. 결국 자보안은 자치 운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정에 따라 비대위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강 위원장은 비대위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대표성과 책임감 사이의 균형’을 꼽았다. “비대위는 학생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조직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며, “정식 학생회라면 정기적 계획 아래 추진했을 사업들도 임시 운영이라는 특성상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필수 업무 유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고 토로했다. 비대위 체제에 있어서 중장기 프로젝트보다는 당장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사 지원 ▲복지 ▲소통 창구 운영 등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대위는 완전한 형태의 학생회는 아니지만, 학생 사회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학우 여러분의 불편을 줄이고 필요한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생회의 존재 이유는 결국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에서 시작됩니다.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의견 보내주세요. 더 나은 학생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학우들에게 전했다.
학생 자치 공백 속 무방비 상태의 학우들
학생 자치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우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취재진이 만난 자보안 소속 김 학우는 “정보 전달의 부재가 가장 큰 불편”이라며 “비대위가 구체적으로 현재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작년 사업들의 연속성이 끊겨 행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등 학생 자치 활동의 단절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식 학생회의 부재로 인해 학교 측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문제로 거론했다.
학생 자치가 힘을 잃어가는 이유
학생 자치가 외면받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대학 문화의 파편화와 스펙 위주의 사회 구조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속감이 희박해진 상태에서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전공 입학 확대와 N수생 비중 증가로 인해 학생 들이 특정 대학이나 학과에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장기화한 취업난은 학생들을 공적 영역보다는 개인의 ‘스펙’ 쌓기로 내몰았다.
강 위원장 역시 근본적 문제점으로 “학생들의 학생 사회 참여율 저하와 학생회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며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라며 결국 학생 사회의 참여와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근본적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총학생회 성패와 역량을 판단하는 데 있어 축제가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아티스트 라인업과 축제 규모가 판단의 기준이 되면서,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이목이 쏠리는 축제에 집중적 예산 투입과 행정력을 쏟게 된다. 결과적으로 교육 환경 개선이나 학생 권익 증진과 같은 본질적인 학생 자치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나며 학생 자치의 힘은 점차 잃어가고 있다.
다시 올 학생 자치를 위하여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학이 스펙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이 약해졌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대학은 민주 질서의 기초를 배우고 불의에 목소리를 내는 '작은 국가'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현재의 낮은 투표율과 비대위 체제는 학생 자치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차갑게 보여준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학의 격언처럼, 우리가 자치를 외면할 때 우리의 권익은 가장 먼저 침식된다. 학생회는 ‘자치 효능감’을 결과로 증명해야 하며, 대학 본부 역시 학생을 운영의 실질적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멈춰 선 자치의 시계를 다시 돌리는 것은 거창한 과정이 아니다. 학생회의 활동과 학생회비 운영 등에 관심을 두고 다시 돌아올 선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작은 참여가 다시 돌아올 학생 자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왕태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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