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달콤한’ 민주주의(Sweet Democracy)

조대신문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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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민주주의(Sweet Democracy)


최근 우리 대학의 학교법인 이사회가 올해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제5기 정이사회 이사진을 선출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9명 정원의 법인 이사진 가운데 1회 연임한 김이수 이사장을 비롯하여 임동윤 이사와 정병준 이사가 퇴임하고, 기존 정이사 가운데 신윤숙, 김선아, 정채웅 등 세 명의 정이사와 개방 이사였던 이근우와 박미경 등 두 명의 이사가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말기 출범한 제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전 가톨릭대 교수가 정이사로, 고길석 광주센트럴병원 대표원장과 김규탁 장흥우리병원 이사장이 개방 이사로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하고, 나머지 공석인 1인의 이사는 차기 이사회에서 추가로 선출할 예정이다.

그런데 법인 이사진 선출 과정을 둘러싸고 학내에서 ‘민주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교수평의회, 직원노동조합,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 4개 구성원 단체가 참여하는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가 입장문(4.30)을 통해 ‘국립대학 법인 전환을 위한 공익형 이사제 도입’을 위해 대자협과 협의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이사진을 구성하였다고 비판하였다. 더 나아가 공석인 정이사 1인은 대자협이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하라는 요구도 제기하였다.

통상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권위주의 체제와 구분하거나 그 질을 평가할 때 우리는 얼마나 시민이 자신들의 대표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선출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선거 민주주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얼마나 표현의 자유나 결사·집회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지(자유 민주주의), 얼마나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평등 민주주의), 정치 공동체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참여 민주주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숙의가 이루어지는지(숙의 민주주의) 등을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에 규정된 학교법인의 이사 선출 절차는 보편적인 민주주의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 대학처럼 9인 정원의 이사회는 3인의 개방 이사를 선출해야 하며, 이를 위한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법인이 추천한 인사가 과반이 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법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더구나 2배수로 추천된 6인의 개방 이사 후보 가운데 3인을 선출할 권한은 현직 이사진에게 있다. 우리 대학은 민립대를 자임하지만, 법적으로는 사립대이기에 법인이 사회가 대학 경영은 물론 이번 법인 이사진 개편 과정에서도 전권을 행사하였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회 임원의 임면을 포함하여 대학의 회계, 정관 변경, 교원 임용과 경영, 수익사업에 관한 사항의 결정권을 모두 이사회에 부여하고 있다. 학사 행정에 관한 권한은 총장에게 있지만, 총장의 임면권이 이사회에 있다는 점에서 대학 내에서 이사회의 권한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법인 이사진 재구성 과정에서 법령이 요구하는 절차를 이사회가 모두 준수하였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현행 정관에 따라 한 번 더 3년 임기를 연장할 수 있었음에도, 김이수 이사장이 구성원에게 약속한 것처럼 1회 연임을 끝으로 스스로 퇴진한 것은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이수 이사장은 2020년 정이사 체제로의 재전환한 이후에도 복귀를 시도하던 강현욱 전 이사장 측과의 법적 갈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023년에는 구 경영진 측 추천 이사의 연임을 막아 우리 대학의 법인을 안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립대의 정체성과 대학 자치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민주주의는 단지 사립학교법의 준수 여부에 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대학교의 미래를 책임질 법인 이사회 구성과 같이 중요한 사안을 소수의 이사진만이 협의하여 결정한다면 구성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현직 이사진에게 차기 이사진을 선출할 법적 권한과 책임이 있으며, 우여곡절이 많았을 이사 선임 과정을 구구절절 구성원들에게 공개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사 선임의 원칙에 대하여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협의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으며, 구성원들에게 이사를 선출하는 숙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얼마나 부여하 였는지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맛으로 비유하자면 대학의 민주주의는 쓴맛의 민주주의도 있고 달콤한 맛의 민주주의도 있을 것이다. 제5기 정이사회 선출 과정에서 나타난 학교법인 조선대학교의 민주주의의 맛은 어떠한가? 과연 미래에는 달콤한 민주주의를 꿈꿔도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