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수연(傘壽宴)을 준비하는 조선대학교

조대신문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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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연(傘壽宴)을 준비하는 조선대학교


80세가 되면 산수(傘壽)라고 하고,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잔치가 산수연(傘壽宴)이다. 오는 9월 29일 우리 대학은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며, 이날을 전후로 기념식을 포함한 다양한 ‘산수연’이 벌어질 예정이다. 대학 본부는 일찍부터 이를 준비해 왔으며, 인문학연구원이 주최하는 학술대회 ‘문병란의 시와 시대의 기억’을 비롯하여 한마음 콘서트 등 각종 기념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김형준 국문과 교수를 중심으로 집필진이 구성되어 ‘조선대학교 80년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혜와 경험을 갖추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대학교가 1946년 개교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호남을 대표하는 사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십시일반 기금을 헌사한 설립동지회 회원을 비롯하여 교수, 직원, 학생, 동문, 그리고 광주·전남 지역사회의 오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조선대학교의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 대학은 민립대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장기간의 족벌 경영체제를 겪어야 했고, 1988년 1.8항쟁을 거친 후에야 민주화가 되었다. 12년 간의 관선이사 체제를 마감하고 2010년 정이사 체제(제1기와 제2기)로 전환하였지만, 구 경영진 추천 이사들과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2017년 다시 임시이사 체제로 회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9년 다시 정이사 체제로 재전환하였고, 2023년에는 ‘구 경영진’ 추천 이사 없이 제4기 정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민립대학의 위상을 완전히 복원하였다.

우리 대학은 그동안 대학 자치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1988년 이후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총장을 선출해 온 대학 자치의 역사가 중단 없이 유지되고 있다. 대학의 민주화 직후 우리 대학의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인권변호사로 민주화운동에도 크게 기여했던 이돈명 변호사를 총장으로 선출하여 대학의 민주적 혁신을 이끌도록 하였다. 1.8항쟁과 대학 민주화를 계기로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 학내 구성원 단체 대표들이 구성한 대학자치운영협의회는 노무현 정부 시기에 이르러 모든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책임지는 ‘대학평의회’의 모태가 되었다.

잔치는 잔치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조선대학교는 이제 지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학으로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사회는 더욱 분열되고 있다. 학생들은 극심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의 길에 나서고 있다. 극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12.3 내란이 일어났고, 내란 세력을 추종하는 광신도들의 난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비극을 끊어 내기 위해, 아니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권리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대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조선대학교는 공론장을 통해 대학의 목표를 재구성하고, 분열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체적 시민성(communitarian citizenship)’을 갖춘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산업구조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미 우리 대학은 상당 기간 ‘함께형’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는 보다 도전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조선대학교가 공동체적 시민성을 갖춘 인재 양성의 전범을 창출하여 ‘빛의 도시’ 광주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