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zip] 개강을 맞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조대신문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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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맞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뜨거웠던 여름방학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2학기 개강을 맞이했다. 캠퍼스에 다시 활기가 감도는 반면, 많은 학우의 마음 한구석에는 새로 시작할 학업과 취업 준비, 쉼 없이 달려야 할 일상에 대한 은근한 중압감이 자리한다.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작정 전진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자양분을 채우는 잠깐의 쉼표다. 9월의 계절감과 개강의 기로에 서 있는 학우들에게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2018)를 추천한다.

영화의 주인공 혜원(김태리 배우)은 팍팍한 서울 생활과 임용고시 낙방의 씁쓸함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온 표면적인 이유는 시험 실패였지만, 진짜 이유는 ‘배가 고파서’였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는 서울의 삶은,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지 못했다.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직접 재배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정성스레 한 끼를 차려 먹는다. 이 과정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자신을 돌보고 일상을 회복하는 시간이 된다. 학기 중 과제와 시험, 각종 스펙 쌓기에 치여 끼니조차 대충 때우기 쉬운 대학생들에게 혜원의 한 끼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자신을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영화 속 가을 풍경은 9월이라는 계절과 완벽히 어우러진다. 여름의 열기가 식어가고 익어가는 벼를 베어내며, 곶감을 말리고 밤을 줍는 풍경은 서정적인 안정감을 선사한다. 가을은 한 해 동안 정성껏 길러온 것들을 거두는 결실의 계절이다. 하지만 결실은 단순히 서두른다고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후반부, 양파 심는 과정으로 ‘아주심기’를 설명한다. 아주심기는 더는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다. 작물이 겨울을 버티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아주심기’가 필요하듯, 우리 마음에도 단단한 뿌리가 필요하다.

2학기의 출발선에 선 학우들에게 이런 ‘아주심기’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개강을 맞아 다시 앞으로 나아갈 학우들이 남과의 비교로 조급해하기보다, 스스로에게 다정한 한 끼와 따뜻한 휴식을 선물하길 바란다.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이야말로, 다가올 계절을 가장 찬란하게 맞이할 단단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남대희 기자

ndaeh0823@chosu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