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획] 병역 특례 기준 개선 촉구, 결말은 축소·폐지?

조대신문

2020-03-19

2

병역 특례 기준 개선 촉구, 결말은 축소·폐지?
끝나지 않는 병역 특례 제도 논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지난 2일 막을 내림과 동시에 병역 특례 혜택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축구대표팀은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조현우, 손흥민, 황의조가 나란히 활약하며 금메달의 자격을 증명한 데 반해, 야구대표팀은 병역기피 논란이 있었던 박해민과 오지환이 아시안게임 내내 부진하면서 ‘병역 특례를 위한 팀’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여기에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도 군 면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해지며 병역 혜택 범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악, 연극, 미술, 무용 부문 예술 분야는 면제해주면서 대중문화는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비록 1등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체육, 예술 특기자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 등의 내용이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기찬수 병무청장은 “체육과 예술 분야의 병역 특례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한 인터뷰에서 제도 개정의 뜻을 밝혔다.


현행 병역법, 체육·예술 분야의 군 면제 혜택 기준은?
 병역 특례 제도는 1973년 박정희 정권 당시에 도입된 것으로 ‘국위 선양’ 및 ‘문화창달’이라는 명분으로 체육 및 예술인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제도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 게임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는 총 42명이다. 올림픽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거나 아시아경기대회 1위의 기록을 세우면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 기간 활동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예술 분야 종사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내로 입상하거나 국제대회가 없는 경우 국내 경연대회 1위를 하면 같은 특례를 적용받는다.


 체육 분야의 경우, 과거 야구선수 박찬호, 추신수, 축구선수 박지성 같은 스타들이 덕을 봤다. 예술 분야의 경우,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만 15세이던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올라 일찍 병역 혜택을 받았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입상했다. 이처럼 국제적 성과를 쌓아 올린 스타들에게 병역 혜택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잘 이뤄졌다.


현행 병역법이 넘을 수 없는 벽

 국민들은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항상 긍정적으로 보 진 않 았 다 .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땄던 ‘4분 병역 면제’ 사건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이는 3, 4위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상대로 2대 0으로 앞서 동메달이 확실해지자 경기 종료를 몇 분 남기지 않고 김기희 선수가 교체로 들어가 4분을 뛰고 병역 특례를 받았던 사건이다. 조별 리그부터 570분 간(연장전 포함)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가 있는 반면, 김기희 선수는 그들의 140분의 1밖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국위 선양에 보탬이 됐다고 병역 혜택을 주느냐’는 반발이 일어났다.


 당시 정부는 대안으로 ‘병역 특례 마일리지 제도’를 공시했다. 한 번 메달을 딴 것만을 근거로 할 게 아니라 꾸준히 국위를 선양해 쌓은 포인트가 일정 점수를 넘었을 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난 2014년 2월 소치동계올림픽과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던 대한체육회와 태릉선수촌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시 국내 체육인들은 “병역 특례 마일리지는 누적 점수 100점 이상이 돼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아시안게임에서 한 선수가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휩쓸어도 획득 점수가 90점밖에 되지 않아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국내 체육계의 강경한 입장에 ‘병역 특례 마일리지 제도’는 몇 달 후 폐지됐다. 이후에도 매번 아시안게임, 올림픽 대회마다 병역 특례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더불어 사람들은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방탄소년단을 비교하며 그동안 대중문화계를 외면한 채 순수 예술과 체육계에 종사한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현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1년에 두 번이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우리 문화를 알리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등 올림픽 금메달 못지않은 성과를 올렸으니 병역 혜택을 주자는 것이
다. 이러한 주장은 언뜻 보기엔 철없는 요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경제적 효과만을 고려해도 바이올린 대회와 같은 순수 예술 분야의 대회 입상보다 훨씬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건 사실이다.


벽을 넘기 위한 몸부림
 이러한 병역 특례 제도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해당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대상자는 확대하고, 수혜자는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28.6%로 가장 높았고,이어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3.8%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 절반 이상의 다수가 병역 특례 제도를 축소하는 방향이 바람직하고, 형평성을 위해 체육·순수예술 부문과 더불어 대중예술 등 다른 부문 역시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현 제도를 그대로 두거나 확대하자는 입장인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4%, ‘대상자와 수혜자를 모두 확대해야 한다’는 13.3%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목소리 속에서 국회 및 대한체육회는 ‘형평성’과 ‘국위 선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했다. 우선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마일리지 제도인 ‘점수 누적제’를 시행하자는 의견과 은퇴 후 ‘재능 기부’를 일정 기간 진행하자는 방안이다. ‘재능 기부’는 예를 들어, 손흥민 선수의 병역을 일단 면제해주되 은퇴 후 학교 축구부나 유소년 클럽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체육·예술 특기자에게 군 복무 시점을 최대 50세까지 늘리는 방향도 고려됐다. 군 복무 시점을 늘림으로써 각 분야 특기자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하고 군 복무를 할 당시에는 지도자로 임명해 장병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 및 체육 제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안이 실시된다면 아무런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반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할 수 있다. 이렇듯 정부는 체육·예술 특기자들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국민이 느끼는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병역 특례 개선안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벽을 무너뜨려야 할 때
 지난 9일, 현 정부는 체육·예술 분야의 병역 특례를 폐지하기보다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면서 병역 특례 적용 기준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전면 폐지에 관해서도 고려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우리나라 인구 예측상, 2023년에는 2~3만 명의 병역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병역 특례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앞으로 병역자원이 감소한다. 이에 전환 복무(전투병이 아닌 전투경찰이나 소방원으로 복무하는 것)와 대체복무(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을 제외하는 것)가 폐지된다”며 우선 병역 특례 기준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모든 제도를 일시에 폐지할 경우, 그동안 지원받은 기관, 연구소, 경찰 등 각 기관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2023년부터는 현역자원 병역 특례 요원 배정을 전적으로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면폐지 역시 산업계와 이공계에 불리한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있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은 건 사실이다.



 이렇듯 병역 특례 제도는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병역 혜택을 받는 운동이나 예술인들은 결국에는 ‘자기가 좋아서, 먹고살기 위해’ 각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 먼저고, ‘국위 선양’이나 ‘문화창달’은 2번째 문제가 아닐까. 즉, 그들은 지금 각자의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모두 같은 입장이기에 지금의 병역 특례 제도는 사실상 모두에게 적용돼야만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따라서 모두에게 적용할 수 없다면, 폐지하는 게 옳다.


류은제 기자
wp34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