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취직을 위한 기본, 토익에 전념하는 하루 체험

조대신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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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학원생 정원 90명에서 50명으로 줄이고 책상마다 아크릴판으로 칸막이가 세워져있는 학원의 모습이다.


카투사 지원에 필요한 점수 780점, 공기업 취직을 위한 서류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데 필요한 점수 800점, 어학연수 자격 충족에 필요한 점수 750점. 이 점수의 정체는 바로 TOEIC(이하 토익)이다. 10년 전만 해도 토익은 취직을 위한 하나의 강점으로서 작용했다. 남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경쟁이 심했고, 토익 900점 이상인 고득점자는 취직에 유리했다. 그러나 현재 토익 800점은 아주 기본적인 스펙이 됐고, 취직하기 위해서는 전공을 살린 여러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제 토익은 더는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그저 취직을 위한 필수관문이 돼버렸다. 필수관문 하나를 열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토익 공부하는 대학생의 하루를 체험해 봤다.


하루의 시작, 토익 단어 외우기


인문계열에 재학중인 2학년 학우 김아무개(21)씨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대학 근처에 있는 한 토익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한 달째 매일 아침 8시에 하루를 시작해 오후 11시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루 총 8시간을 토익 공부에 쏟아붓고 있다. 그가 토익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업 준비 때문이다. 김 씨의 장래 희망은 외교부 기자이다. 기자가 되기 위해 토익은 필수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김씨는 아침 8시에 맞춰진 알람 소리가 울리자마자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 한 모금 들이마신 후 눈을 부릅뜨고 단어장을 펼쳤다. 학원은 학생들에게 단어장 속 단어 100개를 외우는 숙제를 내주는데, 다 외우는 데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학원 강의실 앞, 숙제와는 별개로 학생들에게 유인물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것마저 학생들이 해야할 과제가 된다.


우리는 왜 토익 공부를 하는가


“글로벌 시대인 지금 제가 무엇을 하든지 영어라는 장벽을 부숴야만 하잖아요.” 토익 공부를 왜 하게 됐냐는 나의 질문에 단어장을 내려놓고 김씨가 한 말이다. 공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든 작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든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든 토익은 꼭 가져가야만 하는 준비물이다. 토익 점수가 영어 장벽을 부쉈다는 하나의 인증서인 셈이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가 높아야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시대이다.


단어를 외우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 김씨는 오전 10시 40분에 자신의 자취방에서 나와 토익학원으로 향했다. 11시에 수업이 있는 그는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밥을 때우며 허둥지둥 강의실로 들어섰다. 막 들어선 강의실 앞에는 두꺼운 종이뭉치가 있다. 이 종이들은 숙제와는 별개로 LC/RC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들, 즉 토익 빈출 단어를 정리해놓은 유인물이다. 유인물 속 단어들은 다시 토익학원 학생들이 외워야 할 과제가 된다.


집중하는 학생들, 긴장 풀기 위해 노력하는 강사


학원 분위기는 수능시험장과 같이 조용하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 50명이 수업 시작 15분 전부터 강의실에 입장하기 시작해 각자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기 위한 준비를 한다. 화기애애한 학교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와그덕.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든 학생이 한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세워놓은 아크릴판이 학원생의 가방에 걸려 넘어지면서 생긴 소리 였다. 평소였다면 별문제 없는 일이지만,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강의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간단하게 스트레칭 먼저 하고 수업 시작할게요.” “어깨... 돌리고...” “머리... 쭉 당겨주세요...” 강사가 수업 전 학생들의 뻐근한 몸을 풀어주고자 간단한 스트레칭 운동을 시킨 후 수업을 시작한다. “오늘은 능동태와 수동태를 배울 텐데, 모두 책 펴세요.” RC에 나오는 문법 개념과 풀이 방법을 설명해준다. “찼다와 차였다. 이 수업을 하면서 어느 한 여학생이 갑자기 막 우는 거야. 왜 우냐고 물어봤더니, 애가 남자친구한테 차였다는 거야.” 강사가 한 농담에 학생들은 긴장을 풀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수업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나’와 함께하는 수업


RC와 LC에 나오는 문법 개념과 문제 풀이, 그리고 파트별 문제들을 대략 20개씩 풀고 수업이 끝났다. “내가 매번 말하지만, 수업 끝나고 피시방 가지 말고 학원에 있는 자습실에서 복습을 좀 하세요.” 강사는 수업이 끝나면 항상 자습실에서 복습하라고 권고한다. 김씨가 자습실로 향했다. “아까 풀었던 문제들 오답노트 정리하려고 자습실로 향하는 중입니다.” 학원에서 오답노트 정리를 숙제로 내준다. 틀린 문제들을 오답노트에 정리하려면 2시간이 소요된다. 오답 노트를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오후 4시가 됐다.


저녁을 먹고 자취방에 돌아와도 쉴 틈은 없다. 토익 학원 숙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는 수업만 진행하고 단어, 오답노트, 문제 풀이를 모두 자습할 수 있도록 숙제로 내준다. 학원은 매일 숙제 검사를 하고 도장 종이에 도장을 찍어준다. 학생들에게 도장의 개수는 곧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숙제는 오늘 수업에서 배운 능동태와 수동태와 관련한 문제 풀이이다. 문제를 풀고 나면 시계가 9시를 가리킨다고 김씨는 말한다. 단어 외우는 것은 끝이 없고 오답노트 정리는 점수대가 낮아서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걸린다.



▲토익 학원생들은 학원 수업이 끝나고 학원 내 자습실에서 오늘 수업에서 배운 것을 복습한다.


토익은 필수, 각종 자격증은 필요


이 토익학원의 수강생 상당수는 대학교 2~3학년이다. “취직의 최전선에 있는 4학년도 토익 공부를 위해 학원에 등록하지만 드물다”고 학원 관계자는 말한다. 카투사를 가기 위해, 대학 편입을 위해 학생들이 고득점을 목표로 토익을 일찍부터 준비한다는 것이다. 4학년은 취직을 위한 인턴십 경험과 각종 자격증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과계열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우 권아무개(27)씨는 “기사 자격증이 취직에 더 결정적이어서 우선 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그 다음에 토익 점수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토익 점수는 이제 입문의 기준이 돼버렸죠. 고득점을 달성했다고 해서 장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취직의 폭을 넓히기 위한 입문 단계인 거죠.” 토익이 학생들의, 취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냐는 질문에 학원 관계자가 답한 내용이다. 실제 2022년부터 시행되는 경찰 순경 공채에서도 토익 점수가 서류 평가에 반영된다. 토익은 청년들의 직업 선택 옵션을 확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이 됐다. 더불어 학원 관계자는 “토익 점수는 이제 영어를 잘한다는 인증이 아니라 그저 노력했는지를 보는 하나의 인증서가 된 거죠”라고 덧붙였다.



안용현 기자

dydgus018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