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역의 열악한 공공의료 체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중앙과 지방의 확연한 의료 서비스 격차 탓에 사람들은 지역의 공공의료 체계 강화와 공공의료 분야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지난 7월 23일, 정부와 여당이 의과대학 정원을 16년 만에 연간 4백 명, 10년간 4천 명을 늘리기로 확정했다. 지역의 의료 서비스가 열악하고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의대 정원 중 상당수는 ‘지역 의사 특별전형’ 방식으로 선발된다. 역학 조사관 같은 특수전문 인력,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연구인력 또한 나머지 정원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뜻에 반발하며 지난 14일 전국적인 총파업에 들어갔다. 광주·전남지역의 의사 650여 명도 파업에 참여해 정책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의료계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에 걸쳐 또 한 번의 총파업을 진행했다. 2차 총파업 후에도 정부와 의협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의료계의 파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팽팽한 긴장 속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모든 것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나선 이유는 많은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 우리나라 인구 1천 명 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덧붙여 임상 의사 수는 일본, 멕시코와 함께 OECD 국가 중 밑에서 두 번째 자리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9년 인구 1천 명 당 지역별 의사 수에 따르면 서울 3.1명, 대전과 광주가 2.5명인데 비해 전남 1.7명, 경북 1.4명, 세종 0.9명이고, 이는 한국 평균 의사 수에도 못 미치는 수이다. 군 지역에서 보편적인 일인 대도시 원정 진료를 통해서도 사태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성형외과·피부과 같은 과목에만 의사가 몰려서 꼭 필요한 산부인과나 외과 의사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별 의료 인력 불균형뿐만 아니라 진료 과목별 불균형 또한 정부가 의사를 직접 양성하겠다고 나서는 이유 중 하나이다.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늘어나는 4백 명의 정원은 총 세 군데로 나눠 배치된다. 4백 명 중 3백 명은 ‘지역 의사 특별전형’방식으로 지방 의대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다음에는 그 지역 공공의료 부문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규정을 어기면 의사 면허가 박탈되고 장학금도 환수된다.
나머지 1백 명은 50명씩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연구소에 배치되고 ▲역학 조사관 같은 특수전문가로 할당된다. 환자를 보는 대신 연구를 하겠다는 의대생은 1%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중증 의료 같은 특수 과목을 지원하는 사람의 수는 적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부문이기에 새로 뽑는 의사 중 매년 50명을 이 두 분야에서 일하게 할 예정이다.
이유있는 정책 반대의 목소리
대한병원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ㆍ간호사 같은 필수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총파업을 진행한 의사협회뿐 아니라 다른 의료계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정책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먼저, 숫자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대책이 ‘의대생 늘리기’에 그친다는 지적과 함께 의협과 의사단체들은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받는 의료수가가 적어서 지방에서 근무하는 걸 꺼린다”며 “지방의 의료수가를 올리고 지역의 공공의료를 강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10년간 의무적으로 지방에서 복무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결국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건 막을 수 없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느냐’하는 의문 또한 제기 중이다. 의대생을 뽑는 것만큼이나 이들을 잘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교육 방식을 꼼꼼하게 논의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 이사는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니라 배치”라면서 “지역·필수 의료수가 인상 등 지역 인프라를 다지지 않고 인력만 증원해서는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렸을 때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의사가 넘쳐나게 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방 의사를 따로 뽑으면 의대생 사이에 서열만 생길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4대악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이 주장하는 4대악 의료정책이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을 가리킨다.
전남 동·서부권 간의 의대 유치 경쟁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이어 공공의대 설립 문제는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그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크게 주목하는 사안이 됐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문 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의과대 설치에 큰 호기를 맞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허석 순천시장과 김종식 목포시장까지 전남 지역 의대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권 중에서도 동부권의 순천과 서남권의 목포 간 ‘의대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갈등의 불씨도 커지고 있다.
전남 서남권은 전국 유인도서의 41%가 밀집돼 있으며 65세 고령인구, 암질환자, 만성질환자 비율, 응급환자 비율 등이 높은 의료 취약지역이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목포대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에서도 목포의대는 타당성, 경제성이 이미 검증된 상황이다.
반면 전남 동부권은 인구수가 84만 명으로 서남권과 비교해 1.35배에 이르고 산업 단지의 주변 지역인 순천과 여수, 광양의 도시권에 인구가 밀집해 있다. 또 상급종합 병원이 없어서 응급·중증질환자와 산업재해 발생 시 타지역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의과대학 설립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이 저마다의 사정을 들어가며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어느 한 곳에 의대가 설립될 때까지 지역 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 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조용진 교수는 “간호사 부족을 간호대 증원·증설로 풀고자 했던 정책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며 “연간 2만 명 이상의 신규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취업률·유지율은 50%를 넘지 못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간호사 부족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의 수도권 편중, 지방 중소 병원 기피 현상은 의료인의 편중 현상을 단순한 수적 증가로 풀 수 없으며 이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정한 재분배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피학과, 의료 격오지, 공공의료 붕괴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으로 해결한다는 정부의 이번 정책이 우려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정부 계획은 ‘지역 의무복무 의사’를 통해 지역의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사는 국민이든지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주장이다.
최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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