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우울에 잠식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조대신문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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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잠식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은 명확하다. 대학은 물론, 각 기업은 조직에 어울리는 인재의 모습을 정하고 그 인재들을 매년 찾고 있다. 지원자의 ‘책임감’, ‘성실성’, ‘전문성’ 같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자기소개서를 통해 조직은 지원자를 고르고, 선택받은 몇 명만이 ‘사회초년생’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대학에 다니며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내게도 사회가 바라는 것이 있다. 고학점은 물론, 고득점의 공인영어점수, 해외 어학연수, 학회·동아리 활동과 인턴십 경험까지. 높은 곳에서 날아보려 하루하루 발버둥 치지만,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로 인해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피로와 우울감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본 억울함이 분노가 되는 등 건강하지 못한 일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20대의 우울증 환자 수가 예년에 비해 급증하고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취업과 학업에 더해 코로나19까지 신경 쓰고 걱정해야 하는 벅찬 상황이 우리에게 닥친 것이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환경 변화에 민감했던 나 역시 이번 신문을 준비하는 2주 동안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 때문에 지금 내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들에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불완전한 미래가 조금이나 형태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 시작한 일들을 완벽히 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됐다.
기사를 쓰는 것도 그랬다. 쓰면 쓸수록 ‘결과물’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기사가 없었다. 업이라고 여기고 하는 일에 자신감이 없어지니 내가 쓴 기사를 읽고 보는 일이 힘들었다. 내 이름을 걸고 공개적으로 쓰는 기사인만큼 더 애정을 쏟고 꼼꼼히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기사 자체에서도, 신문에서도 실수가 늘어났다. 마감일이 다가오는데도 나는 끝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우울에 잠식되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이겨내야 했다.
코로나 우울에 더 취약한 세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겪는 것은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으로 퍼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현 상황 가장 불쌍한 XX년생’ 같은 글들이 한참 올라왔었다. 그 당시 맞장구를 치며 본 글들을 달리 생각해보니 꼭 맞는 말만은 아니었다. 모두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특정 세대만이 더 힘들고 안쓰러운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학업을 계속하는 대신 직업학교에 다니기로 한 청소년,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창업에 뛰어든 청년, 몇 십 년간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 귀농·귀촌이라는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시작한 우리 윗세대 등. 코로나19라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새로이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가 불안과 무기력함에 잠식되지 않고 훨훨 날아가기를,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코로나 블루에서 파생된 불안감이 분노로 이어지는 ‘코로나 레드’, 취약계층이 겪는 코로나 블루 수준을 넘어서는 더 암담한 ‘코로나 블랙’까지. 계속되는 실패에 지친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 노력들을 믿지 않고 금방 포기하려 든다면 우리는 우울에 잠식될 것이다.
나 자신도 불안하지만, 이걸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와 적절한 운이 따랐으면 좋겠다. 우울에 의존하고 쓰러지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계속 달려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진 자신감과 안온함을 느끼는 우리가, 내가 됐으면 좋겠다.
최윤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