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광활한 평원 중심부에 자리 잡은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붕괴 이후 폐쇄적이었던 정치·경제적 상황, 낙후된 산업 기반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사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알려졌다. 그 낯선 땅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건실한 기업을 일군 조선대학교 동문을 찾았다.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기호(64) 회장은 현지에서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연매출 2천만불을 달성하는 기업 TOW와 ㈜해륙물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무역의 날’ 행사에서 통상산업부 장관상 수상을 시작으로 그의 노력은 우리나라 안팎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정기호 회장은 지난 2019년 11월 27일 조선대학교를 방문해 파란만장한 성공스토리를 경상대학 후배들에게 전했다. ‘매일이 개척과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정기호 회장의 삶을 자세히 물어봤다.
정기호 회장
Q. 모교를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흥미로운 특강을 들은 경상대학 후배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조선대학교 소식지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는 1985년 조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금방 공부를 접고 어느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습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은 안정적이었지만, 가족이 풍족하게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봉급이 항상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유통업으로 사업을 하던 중 지인의 권유를 받고 90년대 초반 우즈베키스탄에서 무역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TOW(TOP OF THE WORLD) 법인과 JS GLOBAL 법인을 설립했으며, 수도인 타슈켄트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타슈켄트 근교에는 농산물 포장 비닐을 생산하는 공장(법인 BOW)을 건설했고, 한국에서는 경기도 부천시에 ㈜해륙물산을 설립해 경영하고 있습니다.
Q.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첫 사업 아이템이 ‘양파망’이었다고 해서 눈길을 끄네요.
광주에서 생활필수품을 전문으로 하는 유통사업으로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지인으로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들이 양파농사를 많이 짓는데 양파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갑자기 눈이 떠지더군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국 물건을 팔아보자’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습니다. 그때 양파망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장조사를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는 지천에 널린 공산품들이 그곳에서는 구하기 어렵거나 품질이 좋지 않은 상태였죠. 한국 제품이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좋은 시장이었어요. 저는 삼성과 두산 같은 우리나라 유명 대기업의 물건을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해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판매했습니다.
정기호 TOW 회장 조선대학교 특강
Q. 무역, 중개업을 기반으로 사업의 저변을 확대했는데, 한국 제품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한국제품은 우수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을 가졌어요. 미국이나 유럽처럼 산업 선진국 같은 경우 품질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격에 경쟁력을 가진 중국제품은 기술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 제품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제품의 강점을 제대로 알고 영업을 하면 백발백중이에요. 실제 현장에서 입찰을 할 때 가격 면에서 중국제품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만, 저는 담당자를 찾아가 “중국 제품을 사고 5년 쓰시겠어요, 아니면 우리나라 제품을 사고 10년을 쓰시겠어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제품에도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그만큼 우리나라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한류열풍 덕분에 한국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상승했어요. 한국 제품 인기몰이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 두산 인프라코어 직원들과 함께
Q. 사업을 하며 고비를 겪은 적이 있나요? 아무래도 무역을 하다 보니, 관세나 통화에 따라 거래에 제동이 걸리기도 합니다. 1997년 국가부도 상황에서 금융거래 자체가 힘들어지고 환율이 며칠 사이에 등락을 거듭해 애를 꽤 먹었었죠. 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기업들이 해외로 급속도로 진출하면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삼성전자 딜러를 하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삼성전자에서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직접 투자를 하겠다고 거래 중단을 요구했어요. 세상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니 어쩔 수 없었죠. 지금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 변수가 많아서 세상을 많이 배웁니다. 환갑이 넘은 지금도 변화하는 세상을 독서를 통해 공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Q. 세계를 누비는 기업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업 아이디어는 먼 곳에 있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가까이에서부터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사업의 아이템이 될 수 있어요. 열린 마음으로 근면·성실히 살아가면 막막한 상황에도 길이 보일 것입니다. 선배로서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