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언론인 칼럼> 변화와 혁신을 위한 고민과 희생정신
총관리자
2020-10-27
304
변화와 혁신을 위한 고민과 희생정신
채희종 광주일보 편집부국장 (겸)사회부장
2년 전 광주일보에 <‘10년 지기’ 형(조선대)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 칼럼은 여러 부서들을 돌아 10년 만에 다시 대학 출입기자를 맡은 필자가 2018년 당시
학내 분란으로 혼란스러웠던 조선대를 보고 느꼈던 소회를 담은 글이다.
조선대의 앞날을 우려하는 마음을, 동생(필자)이 형(조선대)을 걱정하는 마음의 형식으로 편지에 담아 보낸 글이었다.
그중 한 대목을 살펴보자.
“형은 한국 최초 민립대학이자 지방 최초 사학이라는 위상은 고사하고, 어렵게 이뤄낸 정이사 체제 대신
임시이사 체제 대학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고요.
지역민의 자랑이었던 형은 이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민에게 짐만 되는 존재가 됐습니다.
호남 거점 대학으로서의 당당한 풍채를 가졌던 형의 모습은 어디로 갔습니까?
이리저리 찢긴 채 갈 곳 몰라 헤매는 형을 보며 이 아우의 가슴은 미어집니다.
아직도 자신들의 입지와 학과·연줄만을 챙기는 이들을 보며, 아예 형을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조선대의 미래에는 아무 생각도 없으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만 챙기려는 이들이 너무나 밉고 야속해 쓴 글이었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1’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 칼럼이 나간 뒤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 조선대 출신 유력 인사이거나 전·현직 교수들이었다.
대부분이 칼럼에 공감한다, 대학보다는 대학을 이용해 자리를 차지하거나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대학을 망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보기에 전화를 해 온 인사들 대다수가 대학에 해로운 존재들이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타인들을 비난하면서
자신만이 대학을 걱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수능 지원자는 학령 인구 감소로 전년에 비해 전국에서는 4만 5000명이, 광주·전남에서는 3500명이 줄었다.
급기야 이번 2021학년도 응시자는 또다시 전국적으로 5만 5301명, 광주·전남에서는 3970명이 감소했다.
이로써 광주·전남지역에서는 2021학년도에 처음으로 입학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적으로 2019학년도부터 입학생 수가 대학 정원(4년제+전문대)의 수보다 적어, 학생들이 돈만 내면 대학을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당시 전문대 포함 대학 정원은 55만여 명이었으며, 수능 지원자는 59만여 명이었으나
실제 응시자는 53만 명 수준으로 결국 대학들이 2만여 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지 못했다.
학생 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돼 왔고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는 없는 상태이다.
대학들은 더욱 정원을 줄여야 할 것이고, 조만간 문 닫는 대학도 속출할 것이다.
조선대는 물론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중복되는 교육과정을 통폐합하는 등 방만한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대에서는 여전히 ‘내 학과’나 ‘출신 학과’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양상이 여전하다.
혁신과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대상이 되면 무조건 반대하는 ‘몽니’가 아쉽다.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조선대는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대학인지’를.
입학 자원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이 시기에 조선대학교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경쟁력 있는 100년 대학’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희생하고 화합하는 정신이 구성원들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