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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인터뷰 > 뭣땀세 여즉도 안왔소! 우리 지역의 맛과 멋 알리는 역서사소
총관리자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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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뭣땀세 여즉도 안왔소!
‘오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활용
우리 지역의 맛과 멋 알리는 <역서사소>
시각디자인학과 김효민·김진아 동문
왼쪽부터 김진아, 김효민 대표
‘ 역서사소 ’ 는 전라도 말로 ‘여기서 사세요.’이다.
해 반짝 뜰 역(晹), 서로 서(胥), 일(힘쓰다)사(事), 웃을 소(笑)라는
한자를 사용해서 ‘해 반짝 뜰 날 우리 함께 모여 웃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조선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진아 씨는 전라도 토박이로
어릴 적 할머니와 지낸 시간이 많아 사투리를 무척이나 찰지게 구사했더랬다.
그는 조선대 시각디자인학과(03학번)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취업했다.
사투리로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러워 억지로 표준말을 쓰곤 했다.
하지만 주변에 같은 말을 쓰는 이가 없고, 자신도 말투를 바꾸려고 하니 고립감이 느껴지고 우울했다.
결국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친했던 동아리 선배인 01학번 김효민 동문과 디자인회사 ‘바비샤인’을 차렸다.
상품 개발 회의에선 김진아 동문의 구수한 사투리가 자유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러다 두 동문이 무릎을 탁! 치며 탄생한 브랜드가 ‘역서사소’이다.
전라도 사투리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문구 상품을 만든 것이다. 유머는 덤이다.
1913송정역시장의 히트 브랜드 ‘역서사소’ 대표 김효민, 김진아 동문을 만났다.
‘역서사소’는 단순히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넘어 ‘사투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문화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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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 출신은 ‘비주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성과 다양성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고, 서울지역에 몰렸던 관심도 지역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역서사소’도 이 같은 시대의 변화에 편승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우리말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게다가 뉴트로(New-tro) 감성이 잘 어우러진 ‘1913송정역시장’과 함께한 점도 큰 역할을 했다.
상품 중 문구 상품이 많다. 잘 나가는 상품은?
저희 둘 다 어릴 적부터 문구를 좋아했다. 아기자기한 문구상품을 보면 꼭 소장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쓸 것은 따로 사고 소장용으로 하나 더 사서 모으기도 했다.
‘역서사소’라는 브랜드를 개발하면 가장 먼저 문구 상품을 그 때문인 것 같다.
인기가 많은 상품은 ‘사투리달력’과 ‘사투리고백엽서’다.
사투리달력은 심플하지만 매달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한 제품이다.
처음에는 ‘무슨 뜻이지?’ 하시다가 아래 쪽에 나와 있는 설명을 보시고는 많은 분들이 웃음을 짓는다.
사투리 고백엽서는 사투리로 표현한 고백 멘트가 담긴 엽서들인데, 이 엽서들로 위트있게 고백을 할 수 있다.
사투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투리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저희 상품을 보신 한 할아버지가 “좋은 일하는 거다”라며 격려해 주셨다.
또 타지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주부 고객은 “달력을 볼 때마다 고향 생각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서울에서 엑스포나 박람회 같은 데 참여해도 잘 알아봐주시고, 심지어 홍콩 행사에서도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해주신 분들도 있다.
이 같은 관심과 반응이 마음을 벅차오르게 한다.
‘역서사소’를 운영하면서 직원들 모두가 직업병이 생겼다.
일상 대화에서 새로운 사투리를 접하면 메모하고 공유하기 바쁘다. 책이나 논문을 보며 공부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지역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픽, 폰트는 물론 종이 선정과 인쇄 기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의 대학시절이 궁금하다.
전공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았다. 저희 둘 다 학과 내에서 ‘스터디’라는 나름대로 유서깊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친구들과 공부도 하고 공모전에 참여해 입상도 했다.
대학 시절에 쌓은 경험은 디자인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대학 시절 은사님은?
전공 수업을 운영하신 모든 교수님들을 존경했지만
특히 임채형 교수님과 김남훈 교수님의 가르침과 열정을 좋아했다.
두분의 수업을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지금도 우연히 마주치면 정말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인간미가 넘치는 교수님들이다.
지금도 두 분이 조언을 많이 주신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전라도 사투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사용해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활용한 엽서는 이미 판매 중이다.
여러 지역에서 ‘역서사소’처럼 사투리로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의 것을 널리 알리는 문화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왼쪽부터 사투리 달력과 사투리 고백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