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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칼럼> 참변 일어난 어린이비보호구역
총관리자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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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변 일어난 어린이비보호구역
신문방송학과 2학년 최윤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맞은편 아파트 단지 인근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화물차가 보행자 일가족 4명을 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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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모차에 타고 있던 만 두 살짜리 아이가 숨진 일이었다.
어린이집 바로 앞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더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이 사고를 다룬 언론들은 앞다퉈 “참변을 당했다”는 말을 사용했다.
정말 참변이라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는 사고에 나는 괜스레 마음이 찡해졌다.
오전 일찍 등교할 때마다 보는 횡단보도 옆 펜스에 걸린 국화와 어린이집 아이들의 추모 편지에 익숙해
지기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어린이집이 있어서 아이들의 통행이 잦은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서
‘민식이법’이라고 익히 알려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이곳엔 보행자가 다치는 등의 여러 사건 사고가 잦았고,
나 또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무서워서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까지 내려가 길을 항상 건넜다.
작년 ‘민식이법’ 발의와 관련해 티브이 뉴스에서 한참 떠들어댔지만
나는 내 일이 아니라며 채널을 돌리곤 했다. 그런데 초등학생 때부터 산 동네에서,
그것도 집과 불과 3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사고에 나는 그 법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민식이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2만 명이 동의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그 법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현재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민식이법’은 크게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개정안으로 나뉜다.
‘민식이법’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치어 사망하게 한 경우, 그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대해 일부 운전자들은 주의 의무를 다하며 운전해도 갑자기 아이들이 튀어나오면 사실상 대비할 수 없어서
주의 의무를 다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가중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1995년 처음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이었던
내가 격주로 토요일마다 학교에 가야 했던 과거에도 존재했다.
토요일엔 학교에서 점심을 먹자마자 하교를 했고, 집에 가기 위해선
학교 주변 곳곳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하지만 평일 오후보다 주말 점심 시간대의 교통량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었고,
현재 또 제한속도 30km/h가 잘 지켜지지 않는데, 그때라고 달랐을리 없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학교에 갈 때면 3~4개월에 한 번꼴로 팔이나 다리에
깁스를 한 반 친구들이 있었다. 파란불로 바뀌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차가 멈춰 서지 않아서 놀라 쓰러진 친구, 심지어 부모님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다친 친구도 있었다. 다행히 반에서 목숨을 잃는다든지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는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도 어린이보호구역인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친구들이 꾸준히 있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초등학교들이 많다.
그리고 법 시행 자체에 대한 일부 운전자들의 불만 또한 여전하다.
무엇에 맞장구를 쳐줘야 할까.
일단 나의 생각은 이렇다.
언론인을 꿈꾸며 주류보다 비주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사회의 강자보다 약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젠 여러분이 생각하고 고민할 차례다.
끝으로 이달 17일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