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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총관리자
2022-02-16
349
물러터진 복숭아
손 안에서 비누처럼 미끄러졌다
그만 놔달라는 표정
버리자. 너무 늦었어.
너 몰래 나는 잼을 만들었다
레몬즙 휘휘 둘러 냉장고 끝까지 밀어 넣으면
변하지 않으니까 계속되니까
시간의 뚜껑을 덮고
기다려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졸여서
차게 식힌 눈물 같은
잼을 떠먹는 밤
한 입에 숟가락 하나, 있는 숟가락 다 쓸 때까지
빗줄기가 손목 타고 흐를 때까지
둘둘 말린 그 여름 창문을 쥐고 있다
시시하다 올 여름은
신나는 태풍 한 번이 없다
젖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검은 봉다리 흔들며 뛰어오던 너도
이제 거의 다 먹어간다